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역 화폐와 대체 경제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이 가운데 mobilecellphoneguide 등장한 흥미로운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피망 머니(Bell Pepper Money)’다. 이 개념은 단순히 피망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피망이 일종의 교환 수단 또는 자산 가치로 간주되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기반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농업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러한 실험이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다. 농산물을 단순히 식재료로 소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피망은 다양한 색상과 종류, 비교적 높은 시장 가격, 보관성 등으로 인해 ‘농업 기반 자산’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피망 머니란 무엇인가?
‘피망 머니’는 말 그대로 피망을 돈처럼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 아이디어는 일부 지역 공동체에서 실제로 실험되고 있으며, 예를 들어 농민들이 피망을 직접 들고 와 시장에서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하거나, 피망의 양에 따라 ‘농산물 쿠폰’을 발행받는 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일종의 상품 화폐(commodity money) 개념과 유사하다. 역사적으로 금이나 은, 곡물 등이 화폐처럼 쓰였던 것처럼, 지역사회 내에서 일정한 가치를 지닌 농산물—이 경우 피망—이 교환의 매개체로 활용되는 것이다.
왜 하필 피망인가?
피망이 선택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피망은 다양한 색상(빨강, 노랑, 초록)과 모양으로 구분되어 시각적으로도 식별이 쉽다. 둘째, 보관이 비교적 용이하며, 무게에 따라 정확한 계량이 가능하다. 셋째, 최근 몇 년간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피망의 시장 가치가 상승했다.
또한 피망은 다른 작물에 비해 단가가 높아, 거래 단위로 적절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1kg의 피망이 5,000원 정도라면, 이것은 소규모 식재료, 농기구 대여, 또는 노동 교환의 기준 단위로 사용되기에 충분하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방법
피망 머니 시스템은 단순한 유희적 실험이 아니다. 이는 지역 농업을 중심으로 한 순환 경제의 실현 가능성을 제시한다. 농민들은 자신이 재배한 피망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들은 중간 유통과정 없이 신선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전라남도 해남군에서는 2024년부터 농산물 기반 지역 통화 실험을 시작했다. 참여 농민은 일정량의 피망을 제공하고, 이에 따라 ‘해남 그린 토큰’을 발급받아 지역 상점, 카페, 학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 실험은 피망의 직접 거래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실물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바우처 시스템이다.
디지털과 연결되는 피망 머니
현대 사회에서 실물 교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몇몇 스타트업은 ‘피망 토큰’이라는 디지털 자산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농민이 제공한 피망의 무게와 품질에 따라 블록체인 상에 토큰이 발행되고, 이는 디지털 지갑을 통해 누구나 보유하거나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투명성을 확보하며, 피망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신뢰를 높인다. 또한 기존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농민들도 자신이 생산한 피망을 자산화하여 보다 넓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한계와 과제
물론 피망 머니가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존성’이다. 아무리 신선한 피망이라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며, 이는 가치 하락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장기 보존이 가능한 형태로의 가공(예: 건조 피망, 냉동 보관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단위의 실험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고, 외부와의 호환성 문제도 존재한다. 즉, 피망 머니는 해당 지역 안에서만 통용되며, 외부 사람에게는 별 의미 없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과의 연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망 머니는 지속 가능한 농업과 공동체 중심 경제라는 면에서 중요한 실험이다. 이는 단순히 화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피망은 단지 그 시작일 뿐이다. 미래에는 토마토, 마늘, 배추 등 다양한 농산물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상품 화폐’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 농업의 자립성 강화는 물론, 기후 위기 시대에 적합한 로컬 중심의 경제 모델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론
‘피망 머니’는 농업의 가치 재발견이자, 경제 시스템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이는 단지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지역 경제의 회복과 자립을 위한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자산’으로서의 피망. 그 속에 숨겨진 경제적, 사회적 가능성은 아직 우리가 다 헤아리지 못한 미래의 씨앗일지도 모른다.